고래가 바다 동물이 아닌 육지 동물이었을때가 있었어. 그때에 고래는 짧고 두꺼운 다리로 너무나도 큰 몸집을 이끌고 다녔지. 고래는 상상하는 걸 참 좋아했어. 주로 언덕 위에 앉아 말로만 듣던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바다를 향한 꿈을 키워갔어.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이런 고래를 비웃었어.
“쟤는 육지동물인데 왜 저렇게 바다를 좋아할까?”
“ 아무리 네가 바다를 좋아해서 가고 싶어 한다고 해도 너의 그 짧은 다리로는 깊은
바다에서 하루도 버틸 수 없을 거야!”
고래는 육지 동물 친구들의 비아냥에도 푸른 바다의 꿈을 멈출 줄 몰랐어. 누가 뭐래도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자기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제일 행복했거든. 하지만 고래의 꿈은 절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 모든 동물이 고래의 꿈이 터무니없다며 고래를 비웃었고 그를 응원해 주는 동물도, 바다로 갈 수 있는 방법도 없었거든. 더군다나 고래 스스로도 육지 동물인 자기가 바다에서 헤엄치며 지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 점점 고래의 그토록 반짝이던 꿈이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어.
어느 날 고래가 나무 그늘 밑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을 때 한 바다거북이가 고래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 왔어. 바다 거북이는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살 수 있는 멋진 동물이었지. 고래는 그런 바다 거북이를 보고 말했어.
“있지, 나도 바다에서 살고 싶어. 바다에서는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거든. 바다는 정말 멋있는 곳이겠지? 다른 동물들은 나를 비웃지만, 난 그래도 정말 바다에 가고 싶어. 그게 내 꿈이거든.”
그러자 바다 거북이가 놀라며 말했어.
“ 네가 그 꿈꾸는 고래구나! 드디어 만났어!”
“나를 알아?” 고래가 놀라며 물었어.
“당연하지! 난 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모두가 주어진 삶에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너만큼은 꿈을 지키려는 모습이 정말 멋졌거든. 줄곧 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너를 찾아다녔어.” 바다 거북이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어. “비록 지금은 너의 꿈이 작고 볼품없는 조개 같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너의 길을 천천히, 쭉 걸어간다면, 그 작은 조개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더 반짝이는 진주를 만들어 낼 거야. 꿈을 꾼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잖아!”
진주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바다 거북이의 말에 고래의 두 눈이 동그래졌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지를 다시금 깨달았지.
“그래! 난 할 수 있어. 남들이 뭐라 해도 난 나만의 길을 찾고 나의 꿈을 향한 길을 찾겠어.” 고래는 바다 거북이에게 바다로 가는 길을 묻고는 주저 없이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어. 푸른 파도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 힘들었지만 고래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자신을 떠올리며 짧은 다리로 열심히 계속 걸어갔어.
마침내 꿈에 그리던 바다에 도착한 고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 반짝반짝 빛나는 맑은 물과 시원한 파도 소리, 파도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산호 숲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상상 이상으로 환상적이었던 거야. 고래는 가파른 절벽 위에서 한참이나 바다를 바라보았어.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았을 때 설레기도 했지만 왠지 조금은 두려웠어. 깊은 바다가 고래의 무거운 몸을 그대로 삼켜버리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것 같았거든. 번뜩 고래는 어두운 바닷속 반짝이는 진주를 떠올렸어. 그러고는 결심했지. 넓은 바다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을 믿고 맡기기로. 고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달려가 바다를 꼭 껴안았어. 그 순간, 고래의 다리는 조금씩 지느러미로 바뀌었고, 고래의 몸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래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어. 마침내 고래는 푸른 바다의 여행자가 되었던 거야.
지금도 그 꿈꾸는 고래는 먼바다 저 멀리 자신과 같은 꿈을 꾸던 다른 고래들을 만나 온 바다를 누비고 있다고 해. 이따금 반짝이는 진주를 발견하면서 말이야. 꿈을 꾸던 고래가 바다를 만나 반짝이는 물보라를 일으켰듯, 너희도 꿈을 만나 세상이 반짝이기를.
해외에 살면서 모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된다는 걸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귀한 기회를 통해 생각의 창을 넓힐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 주셔서 감사드리고, 친 딸이지만 자랑스럽네요!